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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TA2 2017. 8. 11. 05:48
PIETA 너를 만난 뒤로는 꽃무덤에 잠식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네가 매번 건네는 달디 단 말을 들을 때나 내 이름을 부르는 입술 뒤에 수많은 언어를 죽일 때, 네가 허락을 구하며 내 곳곳에 입맞출 때 그러했다. 내 무릎께에 입맞출 때에는 네가 어떤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지 알았으나 머무르지 말라 말할 뿐이었다. 우리의 시간은 끊임 없는 밤이었고, 서로에게 약속했듯 나는 밤이 지나도록 너를 모른 척 했다. 내가 아닌 다른 것을 원하던 눈이 잠시 내게 옮아 온 것이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달리 열망할 것이 생긴다면 곧 지나가겠지, 어느새엔가 내 몸에 배인 꽃향기도 날이 갈수록 휘발되리라. 무심히도 그리 여긴 날이 있었다. 경험에서 비롯된 무정함일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했던 것들은 모두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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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 MISSION0, MISSION52 2014. 11. 16. 12:51
PRELUDE Thoreau Yale 2013.11.25. *** 몸에는 열이 오르고 눈앞에서는 눈꽃이 피었다. 함께 훈련을 받던 동료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이곳은 매서운 맹수의 땅. 밤이 되면 필시 땅짐승들이 모습을 드러낼 터였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고 침을 뚝뚝 흘릴 짐승들이 선연했다. 신음 아닌 신음이 잇새로 흘렀다. 나는 다쳤고, 기력이 쇠해있었고, 부족했다. 온갖 것들이 들끓는 이 숲에서 내가 오롯이 살아나갈 수 있는 확률은 빤히 보이듯 적었다. 작은 짐승을 잡아먹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불을 피워 맹수들의 접근을 막는 것 또한 한계에 다다르리라. 상황은 당황스러울 만큼 갑작스레 벌어졌다. 기사가 받는 훈련 중에는 가끔 네 명이 한 조를 이뤄 지정된 루트를 통과하는 훈련이..